바이오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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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러셀 포스터 (황금부엉이,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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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로 책을 고르다 보면은, 간혹 소화하기 힘든 책들을 접할 때가 있다. 아무리 책장을 다시 뒤로 넘겨, 혹 놓친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많더라도, 어떻게든 읽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선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온 몸이 피곤하게 된다. 경험상 주로 교양서적의 탈을 쓴 전문 서적들이나, 전문 번역인이 아닌 분들이 이력서에 한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손을 댄 책들이 주로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예를들면, 수능에도 자주 등장하시는 '이기적 유전자' 는 청소년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도 '자주' 추천이 되곤 하지만, 중학생 수준의 직역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번역투의 거친 문장은 심오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너무나 어렵게 만들어버린 책이다. '이기적유전자'의 이기적인 전문성과, 이기적인 어느 교수의 저급한 번역 때문에 나는 큰 후유증을 앓게 되었고, 그 후론 비슷한 책들을 꺼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책을 고르다가, 내가 공부하는 분야가 생물학 분야이기 때문인지,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이오클락' 이라는 제목에 쏠리게 되었다. (같이 빌린 책은 대놓고 '생물학 카페'이다.) 한쿡말로 생체시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개념으로 신문과, 티비에서 건강 관련 이야기에 자주 접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도 배고픔과 수면충동 같은 것들로 생체시계라는 것이 상당히 사람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생체시계'에 대한 연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껏해봐야 약 200년 전에 그 실체가 궁금증을 자아내었고, 한참후 DNA 구조가 발견되어 분자생물학이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되면서 덩달아 생체시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두에서 작가가 언급하기를, 워낙 역사가 짧은 연구인 만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그만큼 수정되어야 할 부분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의 첨단 학문인 분자생물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쉽게 쓰려해도 어려운 용어들을 피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일반인들에게 생체 시계에 대한 개괄적인 개념을 전달하는 것과, 생체시계의 연구적 가치를 전파하는데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분자생물학자와 미래학자가 공동 저자인 만큼 각각의 전문성을 살려 저술을 한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과학자는 "이러이러한 궁금증이 이러이러한 연구들로 이어졌고, 또 이러이러한 발견들이 나왔고 그것들로 이러이러한 결론을 도출하여 생체시계는 이러이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라고 하는 반면,

미래학자는 "이러이러한 생쳬시계에 대한 연구는, 이러이러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으며, 앞으로 우리는 생체시계에 대한 이러이러한 점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라고 말한다.

이런 점은 책의 유용성을 부각시킨다. 생체시계에 대한 전문서적으로 혹은 연구에 대한 입문서로 학생들에게 적합하고,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생체시계와 관련된 일을 인지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 때문에, 결국 어느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좋은 책이 되어 버렸다.

 

저자는, 시계로부터 내용을 풀어나간다. 진동하는 세슘원자로부터, 혹은 진자로부터 발촉되는 일정한 리듬들의 표현형인 시계... 포인트는 시계의 '리듬'이다. 리듬이 있어야 흘러가는 시간을 조각낼 수 있고, 그 조각들로 시간의 길이를 잴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이 땅의 생명체 안에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생물 행동학적 실험 및 연구 활동으로 증명을 하여 받아드렸다. 벌, 새 등 여러 동물들로 행해진 실험들은, 자세한 과정과 실험 결과에 대하여 과학자들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추론을 도출해 내었는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자세함은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생물학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흥미로운 간접 체험이 될 만 하엿다.

시계가 우리 몸속에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이제 본격적인 체내 시계에 대한 탐험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생체시계에 대한 연구의 새로운 국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분자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생체 리듬이라는 것은 선천적이라는 것을 밝혀두고 가기 때문에, 유전적인 분야로 파고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나, 독자와 책의 거리감을 늘리고 마는 일이 되었다. 실험적인 내용은 건너 띄고 실험에 대한 의의를 설명하는 파트만 읽어주어도, 내용에 전혀 무리가 없으나, 이 선별적 읽기 자체가 매우 어렵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생체리듬은 빛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눈과 뇌가 생체시계가 존재하는 곳으로 의심되었고, 실제로 눈과 뇌 사이의 SCN 이라는 신경 교차 부위가, 동물들의 생체리듬 발생 부위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생체 리듬은 빛에 의하여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밤을 샐때 경험할 수 있는 생활패턴의 지연을 설명해 준다. SCN의 발견은, SCN에 입력된 리듬이 어떤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가, 또는 조절되는지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그래서 실제로 생체리듬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유전자가 발현되고 조절되는 과정을 대략적으로 밝혀내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메커니즘의 발견은, 개별적인 동물들의 생체 리듬에 대한 연구로 적용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계절에 따른 동물들의 행동 변화, 철새들의 시간 인지, 등등 여러 가지 동물의 시간적 행동에 대하여 분자생물학적으로 풀이를 한다.

 

여기까지가 과학자의 "생체시계는 이렇다" 라는 내용이다. 이제 미래학자가 상대적으로 짧은 페이지에 걸쳐서, 우리의 체내시계에 대해 더욱 친근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생체리듬 입장에서 본, 인간의 진화, 교대근무의 폐해. 의약적 처방에 적용될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앞으로 생체시계에 대한 연구가 인간에게 가저올 미래 등등 실용적이고도, 심각하게 현대 문명을 돌아보게끔 하는 철학적 주제들이 제시가 된다.

 

개인적으로 벤자민프랭클린의 편견석인 명언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는 것은 건강하고 부유하고 현명하게 한다' 는 것을 헛소리로 증명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한다. 많은 현대인들은 이 명언때문에, 자신의 유전자에 프로그램된 생체리듬을 어기고 살고 있으며, 심지어 loser 취급까지 받고 살고 있다. 올빼미형 인간들에게 매우 희소식일 수 없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다시 돌아와서 책에 대해 마무리하자면 , 이 책은 교양적으로도 훌륭하고, 전문적인 지식 함유면에서도 출중하다. 독자에게 매우 불친절한 책일 수도 있으나, 모든 책에서 독자와 작가가 소통을 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독서라는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것은 독자이다. 독자가 다양한 작가들의 생각과 말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러한 책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과 함께 자신의 배꼽시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어떤가 ?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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