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디즈니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1.05.23 [픽사 이야기] 창조의 시대 도전과 열정
글
|
내가 글을 쓰는 지금, 극장에서 한창 픽사의 신작 토이스토리3 가 상영되고 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 토이스토리를 보았을 때 그 충격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애니메이션 하면 알라딘, 라이온킹, 신데렐라, 이런 디즈니풍의 만화영화만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만화영화라니?!! 모든 언론은 이 신기한 영화에 대하여 찬사를 보냈고, 영화계의 혁명이라 떠들어댔다. 그리고 두말할 것 없이, 토이스토리는 말도 안되는 히트를 쳤다. 내 기억으로는 디즈니에 사상 최고의 수익을 안겨주었던 라이온킹에 버금갔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 디즈니의 엠블럼이 나오고 이어져 나오는 '픽사' 라는 스튜디오에 주목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픽사는 생각만큼 어린 기업이 아니다. 첫 영화가 나오기 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틴 '만년 벤처' 기업이었다. 그럼 책에 나오는 이 회사의 어린 시절을 짧게 언급하겠다.
< 픽사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3d 그래픽 자체가 너무나도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컴퓨터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3차원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그램 자체가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언제나 선구자들은 있는법. 몇몇 유능한 컴퓨터 엔지니어들은 이 3차원 그래픽 작업에 강한 끌림을 받았고, 똘똘 뭉쳐서 기술적 난관들을 하나둘씩 해결해나갔다. 이들은 동시에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공통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금이 모자라고 투자자가 없더라도 굴하지 않고, 열악한 상황의 작업실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후에 그들은 운 좋게 루카스필름에 인수가 되어 그래픽 분야에서 광고 등 소일거리를 담당하면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기술적으로도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시도조차도 혁신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루카스필름은 이 작은 그래픽 회사를 수익 없는 애물단지로 여겻고, 우여곡절 끝에 막 애플에서 짤린 스티브 잡스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애니메이션에는 관심이 없고 픽사의 그래픽 관련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픽사의 직원들은 잡스의 기대에 따르는 듯 하면서 그들의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나간다. 그들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스토리도 중요하다 보고,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던 존 래스터를 영입한다. 그리고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기술적인 면과, 작품성 모두 찬사를 받기 시작하고, 끝내 디즈니와 손을 잡고 영화를 만들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때까지도 애니메이션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십년 넘게 적자만 낸 픽사가 귀찮기만 했다. 그러나 상황은 뒤바뀌고, 이 회사는 스티브 잡스를 거대한 부자와, 애플의 사장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으며. 디즈니에 대해 입김도 강력해진 픽사는 독자적인 힘을 가지게 되고, 종국에는 디즈니가 픽사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는 현 시점까지 오게 된다. >
나는 픽사란 기업이 정말 말썽 꾸러기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만화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 단 한가지로, 수익도 제대로 못내면서 또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겨우겨우 공급받으면서 그 오랜 세월을 달려왔을까. 무려 20년 가까이 수익을 못낸 회사이다. 그 긴 세월을 열정 하나로 버틴다는 것은 어린 아이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또 정글 같은 비지니스 세계에서 그 정도로 오래 기다려준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픽사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픽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워낙 픽사가 흥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적인 맥락에서 마음에 와닿는 점이 많았다. 물론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각의 소소한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는 선배와의 술자리에서도 얻을 수 있는 내용보다, 픽사라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적인 원리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첫번째로, 두뇌들의 네트워크이다. 우리나라는 학연 혈연 지연, 드러운 네트워크 투성이다. 별 도움도 안되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정말로 잘못된 문화이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가보다. 픽사의 핵심 멤버들은 모두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던 중 벌판에서 만나게된 사람들이다. 누구도 학연 지연 따위로 사람들을 모으지 않았고, 공통된 목표를 바라보거나,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는 생소한 모습도 보인다. 서로 공통된 목표를 가지더라도 언제든지 의견은 충돌하는 법이다. 그들은 자그마한 일에도 열을 내며 싸우곤 하지만, 그 싸움으로 인해서 치졸하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교수들은 질문하는 학생을 자르고, 로펌들은 학연으로 직원을 뽑는다. 우리의 리더들은 자기와 충돌할만한 사람들은 짓밟는다. 얼마나 대비되는 모습인가.
두번째로, 미국의 노동환경이었다.. 우리나라가 왜 이공계를 기피하는지 누구나 안다. 그 이유는 많은 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이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열악하며, 열정은 개나 줘버리라는 기업 문화,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 못해주는 투자자들의 벤댕이 심보이다. 픽사는 20년 가까이 적자만 낸 기업이다. 하지만 그런 기업에도 언제나 투자자는 있었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 또한 언제든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직원들은 투자자에게 항상 미안해 했고, 열정적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일하였다. 왜 그랬을까, 픽사의 직원들은 결코 널널하게 일하지 않았다. 사무실은 비좁았고 매 작품마다 월화수목금금금은 기본이고, 생활패턴은 25시였다. 고된 노동임이 분명하지만, 그들이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열정을 불 태울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건은 간단하다, 먹고사는 문제를 더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 그들은 120퍼센트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픽사의 직원들은 충분한 급여를 받았고, 그에 대해 불만이 일체 없었다(물론 새로 들어온 사원이 높은 스톡옵션을 받았을때 기분 상하기도 했지만). 이 때문일까, 그들의 투자자에 대한 충성도는 엄청났고, 그 결과는 우리가 보는 그대로이다. 우리나라는, 노동력을 적은 자본으로 빨래 짜듯이 착취하는 형태의 사업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급여도 적으면서 복지는 국밥말아먹고, 노동강도는 OECD가 짱먹으라고 한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쨋든 나는 미국의 직원들 생계걱정 안하게 해주는 기업문화가 픽사의 장기적 성과를 이루어낸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번째로, 완성도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다. 쉽게 말하자. 한국은 자본과 시간에 맞추고, 미국은 완성도에 시간과 돈을 맞춘다. 픽사가 만든 영화들은 원래 계획한 것보다 시간도 더 걸렸고, 예산도 시간이 갈수록 더 추가되었다. 때로는 그동안의 성과를 다 뒤엎고 새로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결정이 합리적이라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더 기다려주고, 더 지원해주려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결과는 높은 완성도로 인하여 회사와 투자자 모두 웃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런 상황은 참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비교가 되는 것 같다. 엠피쓰리를 만들거나, 핸드폰을 만드는 것을 봐도, 우리나라는 값싼 수만가지의 모델들을 수시로 쏟아낸다. 그리고 수많은 버그와 오류 고장등을 만들어낸다. 완성도가 개판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모토xx나 애x의 핸드폰은 어떠하더라? 1년에 한두제품 나올 정도로 참 모델들이 적다. 기능도 딸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막상 유저들의 평은 한국 제품에 대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소비자들은 결국 완성도에 감동하고 그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미국의 상품들은 완성도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어 그로부터 더 큰 수익을 보는데 익숙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값싸게 많이 만들어서 수익을 보려는, 어떻게 보면 중국과 전혀 다르지 않게 수준 낮은 장사를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픽사는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완성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기에, 종국에 웃을 수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쓰다 보니 우리나라에 대한 욕이 많이 길어졌다. 그만큼, 이 책을 보면서, 이 회사에 대한 감탄보다는, 우리나라에 대한 안타까운 점이 많이 보였던 것이다. 결국 나도 한국사람이고 한국에서 일하고, 돈을 벌텐데, 미국이란 나라에서 픽사처럼 거대한 기업이 나올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누가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
너무 불평이 많다고 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불평은 그래도 조금 건설적인 것이 아닐까? 고치고 싶은 것이 없으면 발전도 필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뀌길 원하고 있기에 우리 기업 문화도 진보된 단계로 전환할 때가 된 것 같다..
p.s. 독후감인가?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오클락-러셀포스터] 몸 속의 시계는 어디 있는가? (0) | 2011.05.23 |
---|---|
[창조적 책읽기;다독술이 답이다 - 마쓰오카 세이고]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0) | 2011.05.23 |
[나무의 죽음 - 차윤정]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경외감 (1) | 2011.05.23 |
[Bonk - Roach, Mary] 봉크, 성생리학자들의 업적을 기념하며!! (0) | 2011.05.23 |
[경제학 콘서트 - 팀 하포드] 다가가기 쉬운 신자유주의 경제 교양서 (0) | 201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