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죽음오래된숲에서펼쳐지는소멸과탄생의위대한드라마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 교양식물
지은이 차윤정 (웅진지식하우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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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기도 하고 때론 연하기도 한 자연색들로 가득한 숲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잘 웃지 않는 내 얼굴에 엷은 미소를 항상 머금게 한다. 그만큼 자연과 가까운 이야기는 날 행복하게 한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산림환경학으로 박사를 딴 저자는 정말 감성적으로 숲의 역동적인 생태 드라마를 자세하고 섬세하게 묘사해 놓았다. 여성의 감성이란 때론 나에게 너무나 부러움을 산다. 작은 것과 부드러운 것에 눈물을 흘릴 수 있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축복된 능력이다.  환경과학과의 딱딱한 한문체와 바탕체로 쓰여진 전공 서적과는 달리, 내내 부드러운 문체와, 미물들에 대한 감탄을 표현한 말들은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웬만한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느껴서 너무 행복했다.

 

책은 죽은 나무, 즉 고사목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말끔히 해소해주고, 그들에 대한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키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살아있고 파릇파릇한 나무의 이미지와, 그들의 삶에만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간혹 죽은 나무는 사체 그이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죽은나무가 얼마나 많은 다른 생명체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숲 전체의 생태에 어떻게 큰 획을 긋는지 설명한다.

 

오래산 나무는, 무수한 시간을 거치면서 상처가 많아진다. 수많은 동물들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생명체들에게 아낌없이 주다보면 나무들도 지치나보다. 그 상처가 쌓이고 싸여서 때가 되면 그들은 쓰러진다. 쓰러진 나무는 광합성을 중지하고, 영양물질의 이동과 분배도 멈추어 버린다. 하지만 그들의 생은 죽음으로서 새로운 삶의 시작을 맞이한다. 죽은 나무들은 이 세상에 떠다니는 영양들이 1차적으로 농축된 덩어리이기 때문에 그들이 땅으로 누우면 그 땅의 생물들은 무척 기뻐한다. 나무는 균들과, 연체동물, 절지동물, 곤충, 포유류, 기타 동물들에게 찢기고, 먹히고 ,분해되면서, 다른 생물체들의 생태계 순환의 에너지가 된다.

 

죽은 나무가 또 다른 형태의 생태순환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으로 그들의 역할은 충분히 놀랍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무리 밥이 있더라도, 집과 나라가 필요한 법이다. 죽은 나무는 땅으로 몸져 누어, 전에 없던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 내고, 요철구조를 형성하여, 환경의 다양성을 숲의 생명들에게 제공한다. 환경의 다양성은 종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부러지고 남은 밑둥은 곰의 집이 되고, 죽은 나무의 수피와 내피 사이의 틈은 지네의 집이 된다. 계류를 가로질러 누어버린 나무는, 물고기들의 집이 되고, 사슴과 오소리가 지나갈 수 있는 다리가 된다. 누어버렸지만 하늘을 반기듯 두 가지를 위로 펼친 나무는 아직 혼자 자라기엔 너무 어린 나무들과 덩쿨의 손잡이가 된다.  

 

마지막 장에 작가의 에필로그에는 하얼빈에서 찍은 죽은 나무의 흔적이 사진으로 있다. 그녀는 붉은 흔적으로 녹아버린 나무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저렇게 한없이 주는 존재가 이 하늘 아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서 주는 것도 모잘라 죽어서도 그 모든것을 주다니. 어떤 생명체가 나무와같이 삶의 끝까지 이타적인 존재로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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