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감독 윤종빈 (2011 / 한국)
출연 최민식,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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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 다소 유치해보이며 과장이 된 주인공들의 표정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표를 끊었다. 하지만 기대와는이 영화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물질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이유 두가지를 가지 알려주면서, 침울한 기분을 선사해주었다.

1. 최민식의 수첩.

 최민식은(영화에서도 최씨다) 인맥 관리의 달인이다. 40대에도 밀수를 봐주는 대가로 몇 푼 안되는 뒷돈 챙기느라 바쁜, 별볼일 없는 9급 공무원이었지만,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내는 기술이 아닌 순전한 인맥 관리 기술로 물질적으로 큰 성공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최민식은 자신의 수첩을 가리키면서 그것이 단순한 공책이 아니라, 수십억에 달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절대로 자기가 못하는 것을 잘 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못하는 일을 남이 하게끔 만든다. 그런데 남들이 어떤 일을 하게끔 만드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거나,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돈도 능력도 없는 최민식은 어떻게 하는가? 바로 이미 존재하는 인맥 속의 사람들이 자기 대신 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그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거대한 인맥의 순환적 네트워크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주고 받는 관계가 끊임 없이 이어지도록 만든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잃는 것이 없고, 그 관계 사이에서 수수료를 챙기듯이 부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순환적인 흐름에도 지속되려면 동력이 필요한데, 최민식에게 그 명분은 바로 '가문'이다. 생판 보지 못한 사람과도, 같은 성씨 가문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별 의미도 없는 촌 수 따져가면서 그 커넥션을 만드려고 한다. 상대방 역시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지만, 그 역시 새로운 커넥션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가문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인연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인맥의 형성은, 학교가 그 명분이 되기도 하고, 지역이 될 수 있다. 인맥의 네트워크의 크기가 크면 클 수록, 그 곳에 속한 개인의 힘은 강력해진다. 예를 들면 서울대를 들 수 있다. 
 
 서울대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졸업생의 수도 많고, 나라를 대표하는 명문대학교인 만큼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속해 있다. 그 뜻은 그만큼 서울대라는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자신에게도 나누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결코 서울대의 위상이 그 학문적 위상에서 유래했다고 보지 않는다. 대부분이 서울대로부터 바라는 것은 그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 만으로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그 시대 최고의 엘리트 코스인 서울고-서울대를 나오셨다. 남들이 보기엔 물질적, 사회적 성공이 보장된 코스를 타신 것이지만, 너무 높은 지성과 곧은 성품 때문에(ㅋㅋ), 타인과 어울리기 힘든점이 많으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간혹 사회 각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동문들의 소식에 시큰둥한 아버지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모두가 부러워 하는 네트워크에 속해 있었지만 전혀 사용을 하지 않으셨다. 심지어 얼마 전에 동문회에서 배달 온 졸업생 명부도 버리라고 하신다.
 
 나는 이런 아버지를 너무나도 닮았다. 내가 속한 학교의 커뮤니티는 물론, 지역, 내 가족이 속한 가문에도 일절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인맥이지, 서로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가식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최민식의 수첩이 있었다면 연락하지 않을 사람들이라 해서 하나하나 이름을 지워나갔을 것이다.

이런 나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2. 남자라면, 자존심! 경쟁심!

 흔히들 남자들의 본성은 누군가를 이기고 그가 가진 것을 취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유독 남자들이 스포츠와, 게임, 도박, 혹은 어떤 종류의 경쟁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 한다. 이 영화에서도 남자들은 서로 누르고 이겨서 더 많은 돈을 챙기기 위해 경쟁을 하는데, 때로는 그 모습이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경쟁에 열성적이다. 
 
 능력도 없으면서 하정우의 도움으로 부를 얻은 최민식은, 하정우를 자신이 이겨야 할 경쟁상대로 여기고, 최고가 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여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사실 남자들은 물질에 대한 욕망 자체로 움직이기 보다는 물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힘"에 매료되어 있다. 수많은 돈을 버는 기업가들이 결국은 정치인들이나 검사들에게 굽신거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 힘에 대한 남자들의 열정은 순수해 보이기 까지 한다. 그래서 유치한 것인가? 
 
 이런 면에서 나는 고자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경쟁을 한다. 하지만 그 주된 대상은 "나" 이다. 남들이 나를 앞서가면, 그러려니 하고, 그들이 나보다 뒤쳐져 있다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나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남들과의 경쟁에서 행동의 동기를 이끌어내기 무척 힘들다. 친구들이 그렇게 재미 있다는 온라인 게임은 결국 남들과의 경쟁이 목표다. 그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매우 재미 있다면 게임을 즐길 수 있겠지만, 나는 한 번도 온라인 게임 속 경쟁에서 즐거움을 느낀 적이 없다. 
 
 이런 내가 요즘같이 경쟁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나와 경쟁하면서 나의 경쟁력을 쌓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이 곳에서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자들은 상대를 누르기 위해 끊임없이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실패할 것 같다.




비록 잠깐 실패하고 성공하지 못한 인생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종국엔 내 방식이 맞는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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