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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샤론 모알렘 (김영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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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인 제목에서 의문점을 갖는다. 아프다는 것은 죽음과 가까워 지는 것인데, 어떻게 아프길래 산다는 것일까? 저자는 후생유전학자로서 질병을 유전적, 진화적 측면에서 통념과는 다른 방법으로 바라봄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모든 생물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진화적 압력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압력에 따라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는 존속하고, 그렇지 못한 개체들은 자손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이 진화의 갈림길에서 생물은 일종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선택은 생존에 유리함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방법으로 생존에 위협을 가하곤 한다.

저자는 우리가 벗어나고 싶어하는 많은 질병들이 실은 이런 생존을 위한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말라리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볼 수 있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사람을 물었을 때, 사람의 핏 속으로 들어가 적혈구에서 번식을 한다. 그리고 수많은 유충들이 적혈구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면서 사람은 심한 고열증상을 나타나게 되며 심하면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그리고 병을 앓는 사람의 피를 모기가 물어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전염병의 모습을 띄도록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처음에는 속수무책으로 말라리에 당했지만, 낫모양처럼 생겨 비정상적인 적혈구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남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정상적인 적혈구를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말라리아 유충이 제대로 살 수 없는 적혈구를 만드는 유전자를 선택해서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피해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형 적혈구로 인한 질병은 피해갈 수 가 없었다. 

이것이 저자가 보는 우리의 질병의 실체이다. 겸형적혈구 외에도 당뇨병, 혈색증, 알콜가수분해효소결핍증 등등이 모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선택에서 유래한 부산물인 것이다. 아마 이런 질병들이 왜 생겼는지 아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지는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질병이 끔찍한 재앙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준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선택하면서  진행되는 진화에 질병이 왜 끼어 들었는지 궁금해 왔지만, 이제 이 질병들이 지금 우리가 존속하게 하는 요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어떻게 존속해 왔는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 인간이 어떻게 그 유전자를 획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준다. 흔히 유전자에 각인된 형질은 운명이고 번식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돌연변이와 유전자의 섞임에 의해 새로운 형질을 얻어간다고 (대충 설명하면)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그마한 변화에 의지하여 생물이 생존하기에는 세상의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했고,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진화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거스를 수 없을 줄 알았던 유전자는, 우리 몸의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억제되거나 변형될 수 있고, 그 영향이 세대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 믿기 힘들지만 이 책은 이 놀라우면서 충격적인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가지고 우리의 통념을 뒤흔들어 놓는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세 가지를 배웠는데, 첫 번째로 질병을 진화의 실패로만 편협하게 바라보다가 인간을 지금까지 거친 환경변화에서 생존케 한 장본인임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로, 진화는 생각보다 신속하고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 당장의 노력을 통해서 유전자의 굴레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으며, 그 영향은 후손에도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유전' 을 다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서 너무나 큰 영향을 받아버렸다. 어쩌면 진로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토피를 앓았기 때문에, 아토피와 관련해서 모든 생물학적인 지식을 연관시키는 버릇이 있다. 내 병을 더욱 더 잘 알고, 고치고 싶은 열망은 내가 생물학을 공부하게 만들었고, 내 생각에는 평생 연구 주제의 한 중심 흐름으로 잡을 것 같다. 그러나 학부생으로서 나는 정작 내 병을 수많은 생물학의 분과들 사이에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 지는 막막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분야가 후생유전학이었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이 학문은 처음부터 '획득형질유전'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곧 그 말은 후생유전학을 통해서 내가 앓는 이 유전질병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과, 지금 당장 질병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정말 후생유전학을 공부하게 된다면, 미래를 보여준 이 책을 가보로 삼을지도 모르겠다.

걸음마 수준인 진화와 유전의 학문에서, 새롭게 발견될 놀라운 지식들은 과연 어떤 것일까? 질병을 보는 새로운 시각에서 사람들은 기존과는 다른 방향의 치료법을 발견할까? 우리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까?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질문들과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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